건축의 과정은 장소와의 만남과 헤어짐이고 설계자는 타인이 발견하지 못한 장소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여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돌과 나무와 유리와 강철은 건축의 살과 뼈를 만들고 설비 시스템과 용도기능은 건축을 도시와 함께 숨쉬게 만든다. 장소성은 건축을 만나서 태어나고 도시 및 자연과 관계 맺으며 삶의 추억을 형성한다. 사계절과 밤낮의 시간 속에 공간은 변화하고 재료의 쇠락은 인간의 주름살과 같이 건축과 도시에 세월의 켜를 새긴다. 언젠가 철거되어 새로운 건축이 그 자리를 대체하더라도 오랜 세월 동안 장소를 점유하던 추억은 장소의 이름 속에, 도시의 스카이라인 속에, 도면 속에, 혹은 건축과 함께 했던 사람들의 스냅 사진 속에 함께 남는다.